내가 좋아하는 박종하 박사님의 창의력 에세이 중 하나...

[박종하의 창의력 에세이] 게임의 룰
 저자: 박종하 |  날짜:2005년 03월 25일  

이야기 1. 당구 경기
친구들과 케이블 TV를 통해 국제 당구 경기를 봤다. 9개의 공을 차례대로 포켓에 넣는 경기다. 경기의 규칙은 이랬다. A와 B 두 명이 경기를 한다. 서로 자신의 흰 공을 쳐서 당구대 위의 1번 공부터 9번 공까지를 포켓에 넣는 거다. A와 B는 한번씩 돌아가며 치고, 공을 넣지 못하면 공격이 바뀐다. 공은 순서대로 넣어야 하고, 맨 마지막 9번 공을 넣는 사람이 이기는 경기다.

A가 먼저 공격을 했다. A는 처음부터 잘 쳤다.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A는 1번 공부터 8번 공까지를 모두 포켓에 넣었다. 중간에 매우 어려운 난 코스의 상황에서도 그는 공을 포켓에 넣었다. 굉장한 실력이다. 이제 마지막 9번 공만 남았다. A가 9번 공까지 모두 넣으면 B는 그냥 앉아서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그렇게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닌 9번 공을 A는 실수로 넣지 못했다. 그리고, 9번 공은 너무나 쉬운 위치에 놓였다. B는 여유 있게 9번 공을 넣었고, 경기는 B가 승리했다. 이 경기를 보면서 한 친구가 말했다.

<야 저거, 너무 불공평한 거 아냐? A는 8개의 공을 넣고, B는 단 1개의 공만 넣었잖아. 그리고, A가 넣은 공들은 모두 어려운 코스의 공들이었고, B가 넣은 공은 나도 넣겠다. 저렇게 쉬운 공은. 이 게임은 잘못됐어. 난 A가 우승해야 한다고 생각해. A가 우승이야!>
그 때, 옆에 앉아있던 다른 친구가 말했다.

<아니지, 그게 이 게임의 방식인걸.>

게임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게임에 참여하더라도 게임의 규칙을 무시하고 그냥 열심히 한다면 게임에서 이기기 힘들다. 꼭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더라도 게임의 규칙을 잘 파악하고 그 규칙을 최대한 활용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걸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남이 보기에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공을 거두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정말 열심히 하는데도 얻는 것이 적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게임의 규칙과 그것을 파악한다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다. 가령, 이런 거다. 예전에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 처음으로 농구 경기를 관전했다고 한다. 그 때, 정주영 회장은 처음 보는 농구 경기를 보면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이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바구니에 들어가지 않고 튀어나오는 공을 잘 잡는 게 중요하겠어. 그걸 잘하면 이길 거 같아.>

그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나름대로 농구라는 게임을 파악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어떤 것을 보면서 그것을 경험하고 많은 생각의 기회를 가지면서 게임의 규칙과 그 규칙을 활용하는 방법을 파악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게임을 파악하는 습관을 갖는 거다. 우리는 많은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게임을 파악하려고 하고, 게임의 규칙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하려고 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게임의 규칙을 해석하는 것에 무관심하다. 어떤 사람이 유리하겠나? 예를 들어, 고스톱을 친다고 하자. 어떤 사람은 단지 그림 맞추기를 하고, 어떤 사람은 점수를 만들기 위해 피를 집중적으로 모으거나, 청단. 홍단. 고돌이 등을 만들려고 한다. 누가 유리하겠나?

만약, 당신이 게임을 하고 있다면, 당신은 게임을 파악해야 한다. 게임에는 정해진 룰이 있고, 그 룰에 따라 게임은 어떤 성격을 갖게 된다. 그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가령, 축구 경기에서는 신사적인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페어플레이인가? 그것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심판의 성향에 따라 그 경기에서 허용되는 최대한의 거친 플레이가 있다. 특히, 농구와 같은 경기는 게임의 룰로 5개까지의 반칙을 허용한다. 그리고, 그 반칙조차도 어떤 것들은 심판의 성향에 따라 때로는 반칙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반칙이 되지 않기도 한다. 경기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그것을 잘 활용해야 하는 거다.

인생이나 비즈니스를 야구나 축구와 같은 게임과 비교하면, 축구에는 일정한 게임의 규칙이 있지만, 비즈니스에는 게임의 규칙이 일정하지도 않고, 항상 변한다는 차이가 있다. 어제까지는 A가 빨간색이었지만, 오늘은 A가 파란색이 되어 있는 것이 스포츠와 우리가 삶에서 만나는 많은 게임의 차이점일 거다.

그래서 계속 게임을 파악해야 하고 새로운 기회를 생각해야 하는 거 같다. 그렇게 불확정성을 갖는 것이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인 거 같다.


Philosophiren

'Paradigm Shif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는 이유  (7) 2008.11.06
"여성 해방"이란 개구라다.  (4) 2008.10.29
여자가 튕길 확률  (1) 2008.10.29
굴레  (0) 2008.10.10
인생은 양이 아니라 순간이다.  (0) 2008.05.0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