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뉴린 쇼핑몰 - 11월 24일. 월 9:40am


빈센트와 그의 든든한 “지원팀”은 뉴린 쇼핑몰의 야외 주차장에 3대의 검은색 테리토리를 세워 놓고 있었다. 어제 그 동양 커플이 탄 버스는 여기 뉴린 쇼핑몰 맞은편의 버스 터미널을 지나 핸더슨까지 가는 버스였다. 뉴질랜드는 오클랜드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향하는 버스의 정류장이 모두 다르기에, 정류장만으로도 동양 커플의 방향은 잡은 것이다. 그들이 서쪽으로 향하는 버스를 탄 것이라면, 여러 버스가 교차하는 뉴린이 그들을 찾아낼 확률이 가장 높다.


빈센트는 주차장에 차 안에 있는 2명의 검은 정장 남자들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사실 거의 의미는 없었다. 성빈이 자신의 모바일을 켜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그들을 찾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어제 함께 도망치던 여자가 누군지 알아보라고 밤새 추격팀으로 구성된 자신 이외의 11명의 남자들을 달달 볶았지만, 아무것도 알아낸 것이 없다.

머리를 굴린다. 그 여자는 누굴까. 성빈은 이 나라에 2년을 지냈다. 그렇다고 해서 결혼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그 여자가 누군지 알 수는 없다. 여긴 유학생과 관광객이 넘쳐나는 뉴질랜드의 대도시 오클랜드 아닌가. 인구 백 만명의 도시 속에서 그 남자를 찾을 방법은 없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찾고야 말겠다.

그 여자의 흔적만이라도 찾으면 , 이름 석자만이라도 알아 낼 수 있다면, 2시간 내로 돌아가신 증조 할아버지의 숨겨진 여자까지도 밝혀낼 자신이 있는데… 어쟀든 강성빈의 신원은 확보했다. 그 놈의 지난 2년 간의 생활을 샅샅이 뒤지면 여자와의 연결 고리가 나오겠지.

여기 나와있는 인원을 제외하고 힐튼 호텔의 추격 본부에서 계속 조사중이니 곧 소식이 있을 것이다. 더워지는 땡볕이 더더욱 짜증나게 한다. 힐튼호텔의 정보수집팀의 앤디에게 전화가 온 것은 그 때였다. 여자를 찾은 것이다!

 

성빈은 3년전 BNZ 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후, 뉴질랜드에 있는 동안 계속적으로 이 은행을 사용했다. 계좌 개설 신청서를 접수한 것은 당시 BNZ 은행 한국인 지점에 근무하던 이혜원이라는 여성이었다. 한인 지점에 근무했으니, 수백명에게 계좌를 개설해 주는 것은 특별한 사항이 아니었는데, 앤디가 주목한 것은 성빈이 계좌 개설 신청서의 긴급 연락처란에 이혜원을 적은 것이다.

보통 가까운 친구나 가족을 적는데, 당시 뉴질랜드에 가족 하나 없고, 이혜원과 막 연애를 시작한 성빈이 이혜원을 적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앤디가 이렇게 이혜원의 이름에 주목하자 다음은 너무 쉬웠다.


이민성 자료와 오클랜드 대학 학적부에서 혜원을 찾아냈고, 파이낸스과 동아리 MT 사진에서 혜원의 사진을 입수하니 어제 성빈과 함께 도망친 여자는 혜원임이 밝혀진 것이다. 혜원의 모바일은 꺼져있다. 앤디는 태연히 혜원이 근무하는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혜원을 바꿔달라고 부탁하자, 존은 친절하게도 그녀가 오늘 병가를 냈다고 알려줬다. 추적팀은 NZSIS의 서버를 경유하여 전화국 서버에 접속하여 교환기를 해킹했다.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전화 발신지를 추적하니, 현재 빈센트가 있는 곳에서 겨우 5분 거리에 있는 모텔이었다. 모텔에서의 마지막 통화는 한국으로 30분 전이다. 빈센트는 운전석에 앉아있는 폴에게 엔진이 폭발할 정도로 달리라고 얘기를 하고 뒷자리의 푹신한 가죽 시트속으로 몸을 묻었다. 운이 좋으면 가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빈센트는 이제부터는 운이 좀 따라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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